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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5. 2012.09.16 -
  6. 2012.06.21 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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긍정적인 밥 - 함민복


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

너무 박하다 싶다가도

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

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


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

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

국밥이 한 그릇인데

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

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

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


시집이 한 권 팔리면

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

박리다 싶다가도

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

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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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자의 길 - 함민복

 

컴퓨터로 글을 쓰다 보면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. 마치 열 손가락을 사용해 삿대질을 해대는 느낌이다. 노트에 글을 쓸 때는 글 속으로 쏟아져나가는 나와 내 속으로 스며드는 글의 힘이 함께 공존하는 것 같다. 그러나 자판으로 문자를 두드릴 때는 일방적으로 문자를 토해놓는 것 같다. 자판으로 문자를 치는 행위는 지시, 삿대질, 투척 이런 단어를 연상시킨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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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리 - 함민복

 

유리는 내용이 없어 투명하다

유리처럼 다 담을 수 있어

마음은 아프기도 하다

가자

상처가 몸뚱이가 되는 유리야

상처가 문이 되기도 하는 마음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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갈대 - 함민복

 

바람보다 가벼워야 한다

가벼워야 흔들릴 수 있고

흔들려야 꿈꿀 수 있다

 

갈 때까지 가보는 거다

 

바람을 찍어 몸의 탄력

허공에 그려보며 씨앗 날릴

그날까지 말갛게 말라가리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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반달 - 함민복

 

그대도 달을 보고 있는가

 

반쪽을 그대가 보고 있을 달로 채워본다

어이 웃는가, 내 혹 그대 마음 베꼈는가?

 

가을벌레 울음 여울에

몸이 다 젖었을

 

그대도 나도

반달

 

하늘에 뜬 반달

바다에 뜬 반달

 

합하면 만월이라고 말하지 말게

그냥 어깨에 슬며시 손을 얹어 주시게

 

그대는 어디에 있는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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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를 위로하며 - 함민복


삐뚤삐뚤

날면서도

꽃송이 찾아 앉는

나비를 보아라


마음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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