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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자의 길 - 함민복

 

컴퓨터로 글을 쓰다 보면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. 마치 열 손가락을 사용해 삿대질을 해대는 느낌이다. 노트에 글을 쓸 때는 글 속으로 쏟아져나가는 나와 내 속으로 스며드는 글의 힘이 함께 공존하는 것 같다. 그러나 자판으로 문자를 두드릴 때는 일방적으로 문자를 토해놓는 것 같다. 자판으로 문자를 치는 행위는 지시, 삿대질, 투척 이런 단어를 연상시킨다.